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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생각/책생각

[서평] "이완용 평전"- 김윤희 지음

 

 

한겨레출판사에서 발간되는 인물 평전 중에 한명으로 이완용이 있다.

다른 인물들은 독립투사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이완용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우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참,... 이 책의 지은이인 김윤희 교수님도 말했던 것이지만,

서평을 쓰는 입장에서도 참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의 입에 오르내리는 매국노 이완용. 과연 나는 매국노를 얼마나 알고 있나 걱정이 되어 이 책을 잡게 되었다.

보다 객관적으로 사실만을 전해줬으면...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을사조약의 주동자기 때문에 나는 그가 매국노라는 판단이 뒤바뀌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이완용 평전"이다.

책의 뒷 편에 글귀도 꽤나 흥미진진하다.

 

"물론 그의 매국 행위는 비판받아야 하겠지만, 대한제국의 정치 구조 속에 배태되어 있던 문제들이 이완용 개인의 문제로 환원됨으로써

이완용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국가 혹은 민족의 이름 아래 일종의 탈출구를 얻었던 것은 아닐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완용의 어릴적 부터 죽음까지 이어진다. 대한제국의 마지막에 엄청난 외세의 알력과 그 마지막 결론으로 나온 을사조약, 한일합방,

그리고 그 이후 이완용의 행적까지 다룬다. 이완용을 다룬다고는 하지만 결국 이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나아가 고종에 대해서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인듯 하다.

 

이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이완용을 평해본다면, 크게 두 가지로 추린다.

이 각각을 조심스럽게 설명한다.

 

 

1. 이리저리 붙었던 박쥐같은 정치가가 아니라, 고종 나아가 나라의 황실을 위했던 충신 이"었"다.

2. 그는 극단적인 현실주의자이다.

 


 

1. 이리저리 붙었던 박쥐같은 정치가가 아니라, 고종 나아가 나라의 황실을 위했던 충신 이"었"다.

 

이완용은 일찍이 미국에서 선진문물을 보고배우고 와서는 고종의 정치의 큰 기둥이된다. 하지만 그는 친미였다가, 반일이었다가, 친러였다가, 친일이었다가, 굉장히 다양한 입장을 표명하게 되는데, 여기서 "역시 이완용"이라고 하기 보다는 결국 이완용이 겨누고 있는 곳은 딱 하나이다. "고종을 비롯한 황실". 이때 고종을 대표한 우리나라의 정책이 외세를 다른 외세로 막게 되는데, 이러한 정책에 이완용은 소위말하는 "대세"의 반대편에서 계속 활동하게 된다. 일본이 세력을 잡아 대한제국에 영향력을 키울 때 아관파천을 주도하지만, 아관파천 때문에 러시아의 국정침범이 잦아지자 다시 미국에 관심을 보이는 등 굉장히 대한제국을 무대로 외세들이 적절하게 줄다리기를 할 수 있게끔 정치를 주도해왔다.

 

그럼 왜 이완용은 을사조약의 머리가 되었나?를 정리해본다면, 이 책에서는 을사조약 체결의 과정에서도 이완용의 문제뿐만 아니라 고종의 무능함 지적한다. 일단 사실로 다루는 내용은 이미 을사조약이 제안되었을 때 "반대 > 우리에게 최대한 유리하도록 수정" 의 전략을 고종과 대신이 논의한 것으로 보아 꽤나 일본의 한국지배가 거의 기정사실화 되고 조심스레 추측할 수 있는데. 여기서 또 고종은 "반대"의사를 정확하게 표하지 않고 "수정안"에 대해서 논의함으로써 이미 대신들이 YES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표현한다.

(이는 고종의 무능함을 비판한 최익현의 상소도 하나의 논거가 되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을사조약의 초안은 일본의 보호아래 한국을 개화시킨다는 명분이 주를 이루는 것도 놀라웠다. 이에 따라 찬반이 나뉘면서 우리 민족도 분열되는 결과를 낳는다)

 

을사조약, 그리고 헤이그특사 이후 맺은 정미7조약 등을 거치면서 고종이 왕에서 내려오는 와중에도 이완용은 이제 이런 조약에서 최대한 황실을 지키려는 조약을 넣게 된다.

일본은 나라의 흔적을 없애버리고 왕도 없애버리려고 하나, 그렇다면 민심을 해친다는 논리를 강하게 주장하여 "왕"의 지위와 대한제국 지배세력을 일본의 귀족으로 편입시키도록 한다. 하지만 그 이상을 하지는 못한다. 이미 일본에 대세가 넘어가버린 상황에서 이완용은 끝까지 충성스러운 신하가 아니라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일본에 의해서") 일에 몰두하게 되고 자연스래 친일의 우두머리로 성장하게 되고, 우리가 아는 매국노 이완용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수행방법이 어찌되었던 건 간에 이완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해왔던 것은 "개화"였다. 그것도 황실을 유지하고, 외부에서 선진문물 및 교육을 들여오면서 좀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목표가 결국 을사조약 후 황실이 무너지고 나서는 개화에 초점을 맞추어 정치를 했고, 그에 따라 일본 앞잡이가 되었다.

 

 

2. 그는 극단적으로 현실주의자이다.

(근대적 합리주의, 실용주의, 등으로도 책에서는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많은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마음가짐을 달리한다. 그들은 무엇보다 나라를 빼앗긴 슬픔을 가장 큰 것. 제 일의 가치로 둔다. 하지만 이완용에게서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목숨을 내 놓아도 절대 안됩니다"가 아니라, "피할 수 없다면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라는 논리를 가지면서 우리의 소중한 것을 고려하지 않는 근대적 합리주의에 빠지게 된다. 그 덕분에 나라가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은퇴, 나아가 자결등을 생각치 않고 일본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논하고, 일본놈들과 대한제국 국민들이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는 데 집중을 한다. 실제로 3.1운동을 잠재우기 위해 (협박 두번에 이어) 국민을 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로서 회유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그의 행적에서 단 하나 목숨을 걸고 현실적이지 않은 판단을 했던건 아관파천때 였던 것 같다. 고종과 황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수행한 것을 본다면....)

 

조금 새로웠던 사실은 이완용 뿐만 아니라 을사조약 초반에는 일본의 보호아래 개화를 하고 "충분히"부강해 졌을 때 독립한다. 는 명분으로 지배를 시작했기 때문에, 거부감이 점차 사라지고 이완용을 포함한 지배계층, 특히 개화를 주장했던 사람들은 실제로 이 명분을 따르려 움직임을 띄게 되면서 더욱 나라는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그가 현실적이었고 옳았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이완용을 포함한 지배계층의 판단은 결국 황실을 지키지 못했고, 나라는 빼앗겼으며, 갖은 굴욕과 수탈을 당하는 정말 치욕적인 역사를 남기게 된다.

우리 중 어느 누구가 그를 이해할까.

증오할 수 밖에 없고,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밖에 없고, 강한 대한민국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밖에 없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일단 이 책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이완용의 행적을 살펴보며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고 왜 을사5적이 되었으며, 그 이후로 일본의 앞잡이의 오명을 가지고 생을 마감했는가에 대해서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이제는 어느정도는 "알고" 욕할 수 있는 입장이 온 것 같아 조금 마음이 편안하다. 하지만 이 서평의 앞부분에서 언급했듯이, 정말 이완용 하나가 을사조약과 한일합방을 만들었냐고 하면 또 그것은 NO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결코 이완용의 행동을 합리화 하는 것이 아니라, 이완용을 넘어선 대한제국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고, 왜 그런 사태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이해가 국가관뿐만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 본다.

 

그에 따라 나는 이제 고종에 관련된 책을 하나 주문했다.

고종은 사실상 대한제국의 마지막 왕으로서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왕이라는 평에서부터 아비규환의 시대에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왕이라는 극단적인 평가가 존재하는데, 고종을 이해해야 조금 더 대한제국의 마지막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좀 더 많은 것을 읽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서평을 마친다...

 

 

 

아래는 간단하게 책을 읽으면서 메모한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 시간순서대로 (연대표와 유사) 메모한 것인데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