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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생각

[자작소설] 천국



천국.

 

 

한 남자가 천국에 갔다.

 

드디어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 남자의 발 밑에는 자욱하고 그림같이 풍성한 구름이 펼쳐져 있고, 밝은 빛이 그 남자를 인도하고 있다.

 

'드디어 천국이구나!! 내가 맞았어. 암 그렇고 말고'

 

천국이 있다고 믿고 한 일생을 겸허하게 살아온 그 남자는 인생 전체를 보상받는 듣한 기분에 벅찬 웃음을 지었다.

 

그 남자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이 계단의 끝에서는 천국이 끝나는 마냥, 한발자국 한발자국에 천국을 음미하고 있었다.

 

마침내 도달한 황금빛 문.

 

필시, 천국으로 가는 문이 확실하다.

 

본적도 들은적도 없지만 이 황금빛 문 뒤에는 모두가 배고프지 않고 행복하게만 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문 뒤는 어떨까?

온세상에서 존재하는 빛이 쏟아지고, 종소리가 울려퍼지며 모두 하하호호 떠들면서 손을 마주잡고 있는... 그런 그림에서와 같은 모습일까?

 

 

천국에 오려고 한 평생을 바친 이 남자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어찌할 줄 모르며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그리고는 눈부신 빛이 한번 그의 눈을 덮치고... 그는 잠시 후에 자그마한 집에서 일어났다.

 

"천국인가..."

 

천국치고는 초라해 보이는 곳...

조심스래 밖에 나가보았다.

 

그가 예상했던데로, 세상에 모든 행복들이 널려있었다. 나무에는 과일이 넘쳐나고, 탁자에는 세상의 모든 진미와 술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래.. 바로 천국이야...'

 

 

 

 

그런데 이상한 것은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말라있다.

가끔 지나치게 덩치가 큰 사람도 있었지만 다 하나같이 말라있었다.

 

그런 덩치큰 사람들은 음식을 우걱우걱 먹으면서도 맛있게 먹는것 같지 않았다. 뭔가 모를 불안함과 슬픔이 사로 잡히면서... 마치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음식을 어쩔 수 없이 집어드는 사람의 모습이랄까. 죄책감과 행복이 반반인 그 모습...

 

 

'뭐지?'

 

 

뭔가 이상했다.

 

 

분명 사람들은 천국에서는 모두 굶지않고, 행복하게 살수 있을거라는 말을 믿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보고 있으나 사람들은 그러하지 않았다. 예전에 그가 살았던 삶과 전혀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다.

 

 

 

'에라 모르겠다... 좀 있으면 알게 되겠지'

 

 

 

일단 음식을 집어들고 먹기 시작했다. 환상의 맛이었다. 전생에는 전혀 맛보지 못한 그런 감각이랄까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옆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음식을 입에 넣는 노인을 보고는 그는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음식이 참 맛있군요."

 

 

 

"...."

 

 

 

 

"저기...?"

 

 

 

 

 

 

 

".... 자네 처음 보는구만.."

노인이 대답했다.

 

 

 

 

 

 

 

 

 

"아, 네 처음 뵙겠습니다.

천국에서의 처음 뵙는 분이군요, 하하"

 

 

 

 

 

 

 

 

 

노인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천국?...... 아,, 천국이라... 맞어, 그렇게 불렀었지.... 허허..."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 인간과 천국이라는 것은 참 오묘해."

 

"네?"

 

 

 

 

 

 

"천국 다음에는 어떤 세상이 잇을것 같나?"

무턱대고 노인이 물었다.

 

 

 

 

 

 

 

놀라며 그는 대답했다.

"천국 다음에도 세상이 있습니까?"

 

 

 

 

 

 

"물론이지.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영생할수 없어. 또 태어나고는 또 죽고 그러는 것이지. 뭔가.... 갱신된다고나 할까..."

 

 

 

"............??"

 

 

 

 

남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노인의 말을 되받아치지 않고 질문을 이어갔다.

 

 

 

 

 

 

 

"이렇게 음식이 있는데도 저기 마른사람들은 뭡니까? 병이라도 있는 겁니까?"

 

 

 

 

 

 

 

노인이 대답했다.

 

 

 

 

 

 

"여기 마르고 눈앞의 음식을 절제하고 동경하는 사람들은 다들 천국을 가고 싶은 이들이네. 금욕하면서 자기를 가꾸는 사람들이지.

 

 자네도 알잖나. 신의 존재를 믿고, 인간으로서의 욕심을 자제하며, 늘 용서를 구하고 자신을 갉고 닦으면 천국 갈 수 있는 걸..."

 

 

 

 

 

 

"네??"

 

 

 

 

 

 

 

 

눈이 동그래진 그를 보고 노인이 말을 이었다.

 

 

 

 

 

 

 

 

 

"껄껄껄 뭐 그리 놀래, 언제 신이 인간 그대로의 어리석음으로 살아가게 놔두겠는가"

 

 

 

 

 

 

 

 

그는 받아쳤다.

 

 

 

 

 

 

 

"그럼 제가 예전에 살았던 세상은 뭡니까?

그 혼란스럽고 어린양이 거리를 해매던 그 세상,

그 세상속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살수 있다는 천국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온 세상도 그럼 여기와 다름없지 않습니까?"

 

 

 

 

 

 

 

 

 

 

 

 

 

 

미소를 띄며 노인이 말했다.

 

 

 

 

 

 

 

 

 

 

 

"자네 천국이 처음이 아니구만"

 

 


by mrSn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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