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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130611_ 너 정말 이거 좋아서 하는거냐?

요즘 훈련소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서 그런지 지금 하는 일에 지친다.

 

그냥 혼자 있고 싶고, 별 약속 잡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하는 약속이 아닌, 어떤 그룹을 위한다던가, 다른 이유에서 만드는 모임은 잡고 싶지 않다.

별 다른 이유가 있는 아니다. 그냥 지친것 같다.

 

대학교 올라와서 형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단합하게 만들고, 뭐 바쁜일 있다고 빠지는 사람이 있어도 사람을 모으고 위한다고 해온 일에 실증을 느낀 것 같다.

 

사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를 좋아할 필요 없다. 싸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강남스타일을 보고 이런말을 했다.

 

"비 이상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해줬다. 원래 곡과 퍼포먼스란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호불호가 갈려야 정상인데 지나치게 그것도 세계적으로 좋아해주셔서 어떻게 생각해야할 지 어려웠다."

 

별 말 아니었지만 머리를 퉁~ 하고 쳤다.

내가 여태까지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어야겠다고 눈치보고 착하게 살고, 모범이 되게 살고, 손해를 보고, 뭐하러?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조차도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못한다. 내가 기대하는 바를 인정하지 않거나 채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실망을 하기 마련이고, 나아가 "안맞는다"는 명목으로 밀어낼 수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데 무슨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기 바라는가? 그건 이기다.

 

그럼 나는 무얼 하고 있나? 이리저리 감투를 쓰면서 그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만날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서 고민하고, 약속을 만들고, 나 먼저 참여하고, 왜 이러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 사람들은 이런 모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고나 있나? 이런 모임을 만들기 위해서 며칠, 몇주동안 신경쓰고 고생해야 하는 지 알고 있나? 지금 모임에 나와서 뜯어먹는 치킨과 술이, 사전에 우리 학생회가 교수님을 찾아가서 지원을 사정사정해서 받아서 얻은 돈으로 산 것인 것은 알고 있나?

 

아니라면?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남들에게 나는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랑하는거야 뭐야? 나는 잘났다. 위선떠는거야 뭐야 도대체.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끝이 없다.

 

오늘 회식에 저를 이해해 줄 법한 선배에게 물었다.

요즘 이렇게 지치는데, 분명 선배도 나와 같은 생각이 들 것 같은데(실제로 매일 들고 있다고 하신다), 어떻게 견뎌내셨냐고, 어떻게 더 힘내 하셨냐고.

 

"내가 좋아 하는 지를 생각해라"

내가 이 일을 그만 뒀을때, 주위 사람들이 뭐라 말하고 모임이 망가지고 자시고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말고, 정말 최상의 가치. "내가 정말 이 일을 좋아하는 가" 를 생각하라고 하신다.

나도 이 고민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선배에게 들으니 감회가 새롭고 마음깊이 후벼파는 무언가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나? 정말? 진짜? 좋아한다면 해야지? 안하면 후회하겠지. 안하고 맘 편하다고 내가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하려면 즐겁게 내가 좋아해서 해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내가 과연 내가 지금 이 일을 좋아하는 가?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정말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할만큼, 행복할 수 없을 만큼 이 일을 좋아하는가?

 

그 선배도 매일 힘들어 하며 매일 이걸 생각 한단다. 자기가 당장 혜택을 받지 못할 일이라도,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고, 내가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은 일을 하고 계신거다.

 

힘들어보이지만 마음은 편해 보인다.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가시나요?

 

 

솔직히. 매일 매일 이런 어려움이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아니 찾아온다. 왜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의구심이 들고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일이 힘들면 그럴 수 있지.

그럴때 마다 주문처럼 외워야지. 내가 좋아서 하는거냐?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말 그만 두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 일에 연루되어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도 맞는 일이다.

 

 

오늘 술먹고 이렇게 감성팔이로 적어봤지만, 내일 또 물어볼 거다.

 

 

"야, 너 정말 이거 좋아서 하는거냐?? 진짜야?"

 

 

이게 정말 정답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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