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힘
모든 버튼이 은빛을 내는 승강기 안에
오직 닫힘 버튼만이 거뭇거뭇하다.
빗방울이 한방울 두방울 모이고 떨어져
절 처마 아래 깊은 구멍을 만들 듯
여기 있는 이 닫힘 버튼도
짧지 않은 기간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두 세평의 공간을 어서 닫아버리고자 허겁지겁 눌렀으리라.
순간 닫힘 버튼을 향하는 나의 엄지를 멈추며
상념에 빠져든다.
이유는 없다.
몇 초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누구와 마주하는 것이 걱정되어 도망친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문을 닫아 버리듯
혹시 살아오며 그냥 두어도 될 마음도
스스로 불필요하게 닫고자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닫힘 버튼을 누르지 않으려 한다.
설령 누가 나를 좇아 타지 않더라도,
바람에 여닫히며 덜컹 거리는 창문으로 자연을 멍하니 보듯
그 작은 공간 안에서 주어진 그대로의 고요함과 설렘을 간직해보려 한다.
스르륵
승강기 문이 기분 좋게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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