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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생각

피사의 사탑

피사의 사탑

 

수백수천개 돌 중 하나.

하지만 그 돌이 뽑혀저 나갔을 때,

전체가 무기력하게 기울었다.

 

어떻게든 흉터에 비슷하게 생긴 돌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그걸로 다시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렇게 끼워넣은 그 돌이

언제든 다시 가루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돌을 뽑자. 뱉아내자.

 

뽑힌돌과는 전혀 관계 없어보였던

반대편에 있는 돌도, 뿌리에 가까운 돌도, 맨 꼭대기에 얹혀있던 치장을 위한 석상도,

탑이 작아지더라도, 탑이 추해지더라도

넣지말고 매꾸지말고, 빼내고 버리자.

 

그렇게 해서 볼품없이 기울어진 탑이

온건히 새로운 나의 탑이 되었을 때,


기울어도 아름다운 그런 탑이 되리라.

기울어서 아름다운 그런 탑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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